파퓰러 사이언스지 뉴스 - 메이커주식회사 -

작성자
오맥스
작성일
2015-02-16 10:10
조회
1885

 



Popular Science 매거진에 소개된 메이커 주식회사 기사입니다. 


저희 오맥스 워터젯의 MAXIEM 2 시스템을 사용하는 회사에 관한 기사입니다. 

 

메이커 주식회사

MAKER INC.
GE, 로컬 모터스, 그리고 수많은 개인 발명가들이 크라우드 소싱을 통해 제조업계의 생산시스템을 재편하고 있다.


  • BY TOM FOSTER
    PHOTOGRAPHS BY JONATHAN POBERT WILLIS


  • 입력시간 : 2015-01-26 13:35:07

    수정시간 : 2015-01-26 13:35:07








  • ‘퍼스트빌드(FirstBuild)’의 개발자인 저스틴 블레어가 GE의 소량생산 공장 ‘마이크로팩토리’에서 워터젯 절단기를 다루고 있다.


 



2014년 2월 미국 켄터키주 루이스빌 인근의 한 건물에서 GE의 가전 부문 임원들이 ‘해커톤(hackathon)’을 준비하느라 바삐 움직이고 있었다. 해커톤은 제조업 분야 최초의 해킹 마라톤 대회로 GE는 루이스빌의 해커그룹 LVL1의 도움을 받아 이번 대회를 준비했다. 해커톤의 규칙은 간단했다. 참가팀들은 GE가 기증한 냉장고와 오븐 등의 기기를 가지고 48시간 내에 정교한 신기능을 추가하면 된다.

GE 가전부문의 연구개발 예산은 막대한 수준이지만 이 회사의 기술·연구개발 부서를 이끌고 있는 케빈 놀란과 벵캇 뱅카타크리슈난은 해커톤을 통해 대중들이 가진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보고 싶었다. 결론적으로 참가팀들이 내놓은 작품들은 유용함과 유치함이 공존했다. 어떤 팀은 자동판매기처럼 탄산음료 캔을 배출하는 냉장고를 선보였고, 어떤 팀은 초저온 질소용기를 부착해 신속 냉동 기능을 추가하기도 했다.

우승은 바코드 스캐너가 달린 오븐이 차지했다. 식품 포장지에 인쇄된 바코드를 스캔하면 오븐이 그 식품의 조리법을 파악, 스스로 조리하는 기능이었다. 당시 이 오븐을 만든 팀의 수장인 크리스 크프렉은 초소형 컴퓨터 라즈베리 파이(Raspberry Pi)에 빵 굽는 방법을 바코드로 암호화시킨 뒤 현장에서 빵을 구워내는 시연을 펼쳤다. 루이스빌 대학의 교직원이자 LVL1의 설립자 중 한 명인 그의 시연을 직접 본 GE의 임원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놀란에 의하면 이 같은 바코드 오븐은 과거 GE의 사내 아이디어 회의에서도 언급된 적이 있었다. 이 기술을 사용하면 많은 시간이나 전문가의 손길을 거치지 않고도 손쉽게 건강한 요리를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잠재력이 지대하다는 평가가 잇따랐다. 그러나 이 아이디어는 끝내 브레인스토밍 회의 단계를 넘지 못했다.

그 이유는 명확했다. 거대 다국적 가전기업에서 혁신적 기능을 탑재한 신제품의 개발은 도박에 가까운 도전이기 때문이다.
“아이디어를 구체화하고 연구개발과 디자인, 시장조사, 생산공정 등에 놓인 수많은 장애물들을 극복하는 데에만 수년이 걸릴 수도 있어요. 게다가 그에 맞는 생산라인 구축에 수천만 달러가 투입됩니다. 아이디어가 좋다고 선뜻 상용화하기에는 위험부담이 너무 커요.”

그런데 GE의 임원들은 자신들이 이미 알고 있고, 좋은 평가를 내린 아이디어가 단 48시간 만에 실제 작동되는 시제품이 되는 모습을 지켜봤다. 이 경험은 그동안 그들이 얼마나 많은 혁신기술들을 흘려보냈는지 새삼 되돌아보는 기회가 됐다.

왜 대기업들은 이처럼 민첩한 제품개발 프로세스를 구축하지 못하는 걸까. 해커톤 행사 후 3개월이 흐른 2014년 5월 GE는 이런 의문들을 토대로 ‘퍼스트빌드(FirstBuild)’라는 신개념 제조공정을 런칭했다. GE가 운영하는 해커스페이스라고 할 수 있는 퍼스트빌드의 목표는 우수한 아이디어의 제품을 신속하게 소량 생산해내는 것이다.

퍼스트빌드는 3,000㎡ 면적의 공용 해커스 페이스와 소규모 제조공장을 운용한다. 또한 온라인 커뮤니티(firstbuild.com)를 통해 전 세계 개발자들과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 대중들은 온라인 커뮤니티 또는 퍼스트빌드의 해커스페이스를 직접 방문해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GE의 디자이너 및 엔지니어의 도움을 받아 시제품을 제작할 수 있다.

만일 이 시제품에 대해 온라인에서 일정 수준 이상의 관심이 쏟아지면 퍼스트빌드에서 자체 브랜드로 소량 생산해 시장반응을 보게 된다. 그리고 반응이 좋을 경우 GE의 생산라인으로 넘어가 대량생산되는 메커니즘이다. 소품종 대량생산 중심의 대기업 제조라인에 해커스 페이스의 혁신성과 신속성을 접목, 시장 대응력 및 기술혁신의 속도를 배가하는 것이다.

퍼스트빌드 커뮤니티가 문을 열고, 크프렉도 해커톤에서 개발한 바코드 오븐 관련 내용을 업로드했다. 그러자 모든 게시물 중 가장 많은 덧글이 달렸다. 이에 그는 현재 GE의 엔지니어들과 함께 상용품 제작에 돌입한 상태다. 이러한 퍼스트빌드의 존재는 GE에게 있어 일대 사건과 다름없었다. 당초 계획대로 GE가 전 세계 개발자와 해커들의 아이디어를 빠르게 검증해 제품화시킨다면 업계에서 가장 신속하고 혁신적인 가전제품 제조사로 우뚝 설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퍼스트빌드의 성공은 가전제품을 넘어 항공, 보건, 석유, 가스 등 GE의 다른 사업부문에도 이와 유사한 시스템의 적용을 이끌어낼 수 있다.

특히 GE 같은 글로벌 기업의 이번 실험적 시도는 관련산업 전반에 여파를 미친다는 점에서 더욱 큰 의미를 갖는다. 퍼스트빌드의 성패에 따라 산업 전체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기술혁신의 바람이 더욱 거세게 휘몰아 칠 수 있다는 얘기다.

GE의 가전제품 생산단지인 ‘어플 라이언스 파크(Appliance Park)’의 역사는 미국 제조업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1950년대의 호경기를 타고 루이스빌에 세워진 이 단지는 교외로 나가는 중산층들에게 멋들어진 냉장고와 스토브, 세탁기, 건조기, 식기세척기 등을 공급하면서 미국 산업 역량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했다. 최전성기이던 1970년대 초반에는 매일 2만3,000명의 노동자가 출근했으며, 직원용 주차장의 길이만 1.5㎞에 달했다.

하지만 30년이 지난 뒤 어플라이언스 파크의 직원은 1,300명으로 줄었고, 건물들은 텅 비어버렸다. 제2동 건물의 경우 지붕에 구멍이 뚫려 배관을 드러낸 채 방치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1980년대와 1990년대에 유행했던 생산공장의 해외이전 바람이 이런 침체의 주원인이 됐다고 분석한다. 실제로 당시 많은 기업들이 낮은 임금과 느슨한 규제를 찾아 해외로 공장을 이전했고, 이를 경쟁력 강화라는 대의명분으로 치장했다.

그러나 여러 해가 지나면서 그 조치는 오히려 경쟁력을 저하시키는 부메랑이 되어 돌아왔다. 미국의 하청기업 수준이었던 삼성전자, LG전자 등이 이전된 공장을 통해 기술력을 확보하면서 자체적으로 하이엔드급 제품을 생산할 능력을 갖추게 된 것. 또한 치솟는 유가와 임금으로 인해 미국 기업들은 하청을 줘도 별반 남는 게 없어졌고, 오히려 기술혁신과 시장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하는 능력만 손상돼 버렸다. 설계·엔지니어링 팀과 생산 현장이 8,000㎞나 떨어져 있는 탓에 비효율적이고 느린 속도로 평균 이하의 제품을 생산하는 일이 다반사가 된 것이다.

GE 가전부문의 경우 2008년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았다. 당시 최고경영자(CEO)였던 제프리 이멜트가 사업 전체를 매각하는 방안까지 고려했을 정도였다. 장고 끝에 그가 선택한 것은 공격적 투자였다. 숙련된 미국인 노동력과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을 품고 있다는 이점에 주목해 GE 가전부문의 회생에 약 10억 달러를 투자했다. 덕분에 어플라이언스 파크에는 활기가 돌아왔고, 2010년 이후에만 3,000명 이상의 신규 일자리가 창출됐다. 비어 있던 모든 건물에서 새로 구축된 생산라인의 가동음이 들려왔음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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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지니어 저스틴 브라운과 팀 길레스피가 퍼스트빌드의 해커스페이스에서 자신들이 만든 오디오 스피커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




여타 최첨단 공장과 마찬가지로 새로워진 어플라이언스 파크도 이른바 ‘린 싱킹(Lean Thinking)’을 지향했다. 불필요한 군더더기를 빼고 빠르게 실행하며, 오류가 발견되면 즉시 수정하는 린 싱킹이야 말로 효율성과 지속가능한 발전, 신속한 혁신의 필수요소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었다. 바코드 오븐 같은 혁신 아이디어가 폐기되는 사태를 막기 위해 GE는 신생기업들의 대응방식을 본받아야 할 필요가 있다고 느꼈다. 얼마나 판매될지도 모를 제품을 100만 대씩 생산해내는 일은 없어야 했다.

그렇게 놀란과 뱅카타크리슈난이 LVL1의 해커들을 접촉하고 있을 무렵, GE의 최고 마케팅 책임자인 베스 콤스톡은 대기업 제조사도 메이커 운동의 이익을 누릴 수 없을지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녀는 이멜트 CEO에게 기존의 틀을 깨는 사고를 가진 사람들을 소개시켜줬다. 애리조나주 소재 자동차 기업 로컬 모터스의 공동설립자 제이 로저스와의 만남도 이때 이뤄졌다.

로컬 모터스는 크라우드 소싱으로 얻은 차량설계를 가지고 소규모 개방형 공장에서 시제품을 제작하는 독창적 비즈니스 모델을 운용한다. 원래 이 방식은 원활히 성과를 내기가 어렵다. 너무 많은 사람들이 설계에 참여함으로써 설계안이 다듬어 지기는커녕 혼란만 가중되기 십상인 탓이다.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는 속담처럼 말이다.

그런데 로컬 모터스는 달랐다. 사내 전문가들을 활용, 아이디어들을 선별한 끝에 오픈소스 방식으로 개발된 세계 최초의 자동차를 출시해냈다. 법적으로 도로주행이 가능한 오프로드 랠리 카였다. 또 이 방식으로 여러 특수 용도의 모터사이클과 세계 최초의 3D 프린팅 자동차 ‘스트라티(Strati)’의 개발에도 성공했다. 기존의 자동차 개발 공정과 비교해 훨씬 적은 시간과 비용이 들어갔음은 물론이다.

이후 로컬 모터스는 주목할 만한 계약을 따냈다. 펜타곤 산하 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도 전장에서 인명 구호와 물자보급용도로 사용할 고속주행 차량의 설계 및 시제품 제작을 의뢰했다. 놀랍게도 로컬 모터스는 불과 4개월 만에 ‘플립모드(FLYPMode)’라는 시제품을 내놓았다. DARPA의 마감시한이 한참이나 남은 시점이었다. 이에 감명 받은 오바마 대통령은 이렇게 말하기도 했다.
“장비 하나의 개발에 10년이나 걸릴 필요 없이 훨씬 빠른 속도로 생산이 가능하다면 수십억 달러의 세금을 아낄 수 있습니다. 더욱이 군 장비의 신기술 개발 기간 단축은 많은 목숨을 구할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찬사가 GE의 시선을 잡아 끈 것은 당연했다. 콤스톡의 소개로 로저스를 만난 이멜트 CEO는 정식 제휴를 제의했다. 양사의 제휴는 두 회사 모두에게 큰 기회였다. 다만 로저스는 제휴에 앞서 GE측에 한 가지 조건을 내걸었다. 로컬 모터스의 프로세스 중 일부만 수용했던 DARPA와 달리 프로세스 전체를 받아들여 달라는 것이었다. 결국 GE는 이 조건을 수용했고, 퍼스트빌드가 세상에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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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트빌드의 음식물 쓰레기 처리기 ‘터치플로(TouchFl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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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SB/와이파이 연결 냉장고 ‘칠허브(ChillH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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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에 열중하고 있는 개인 개발자.




퍼스트빌드의 오픈일 전날 밤. 루이스빌 도심에 위치한 21세기 뮤지엄 호텔의 바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그 속에는 미국 메이커 운동의 주역들도 섞여 있었다. 3D 프린터 제조사 메이커봇의 설립자 브리 페티스, 항공점퍼를 입은 제이 로저스, 유명 해커스페이스인 테크숍의 최고경영자 마크 해치가 그들이었다. 로컬 모터스에 이어 메이커봇과 테크숍까지 퍼스트빌드의 가족으로 영입해낸 것이다.

이로 인해 퍼스트빌드의 멤버들은 메이커봇의 3D 프린터로 신속히 시제품 부품을 만들어낼 수 있게 됐으며, 메이커봇의 사용자들도 자연스럽게 퍼스트빌드의 멤버로 활동할 수 있게 됐다. 메이커봇의 커뮤니티 ‘싱기버스(thingiverse.com)에 자신의 DIY 프로젝트를 포스팅하면 퍼스트빌드가 그 파급력을 극대화해준다. 수천명의 메이커봇 사용자들은 자신의 DIY 프로젝트를 상용제품으로 개발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 셈이다.

테크숍의 경우 샌프란시스코와 오스틴, 피츠버그, 디트로이트 등지에서 해커스페이스를 운용 중에 있는데 이곳에 소속된 개발자들은 각 해커스페이스에 설치된 전용 키오스크로 퍼스트빌드와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다. 뱅카타크리슈난은 이를 이렇게 설명했다.
“저희는 테크숍의 개발자들에게 캐드(CAD) 설계도를 보여주면서 물어 볼 수 있어요. ‘이 설계에는 이런 문제점들이 있어요. 해결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라고요.”

그런데 이 시점에서 한 가지 의문이 들 수 있다. 혹여 퍼스트빌드의 투명성이 제품의 경쟁력을 저하시키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자고로 신제품 개발은 비밀유지가 생명이니 말이다. 놀란은 그것이 GE가 해결해야할 과제지만 다른 각도로 생각해볼 필요도 있다고 강조한다.
지적재산권은 기술 혁신을 가속화하고자 만들어졌습니다. 그러나 요즘은 지적재산권이 오히려 기술 혁신을 막고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어요. 관료주의와 지나친 소송 때문에 사람들의 기술혁신 의지를 꺾어 놓는다는 겁니다. 메이커 운동가라면 익히 알고 있는 바예요. 반드시 변화가 필요합니다.”

그렇다면 그는 지적재산권의 미래를 어떻게 예측하고 있을까.
“저희는 미래의 새로운 지적재산권이 ‘속도’라고 생각합니다. 신속히 행동하는 사람들이 승리하게 돼 있어요.”

퍼스트빌드가 제품의 지적재산권을 직접 소유하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다. 각 제품의 지적재산권은 그 제품의 개발에 아이디어를 제공한 사람들에게 귀속된다. 원한다면 자신의 아이디어를 GE가 아닌 삼성전자에 팔아도 된다는 얘기다. 또한 퍼스트빌드는 이와는 별도로 아이디어 제공자들에게 3년간 해당제품 판매 수익의 1%를 인센티브로 지급한다.
“이를 위해 퍼스트빌드는 완제품을 구성하고 있는 각 부품들의 비중을 파악해 각각 가격을 매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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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트 빌드의 커뮤니티 매니저 토마스 가르케스가 CNC 선반을 조정하고 있다.




퍼스트빌드로 인해 많은 개인 개발자들이 부자가 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어쩌면 GE 외에는 아무도 부자가 되지 못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현재로선 이 방법 외에 개인 개발자들이 잘 훈련된 엔지니어와 설계자, 그리고 대기업의 생산라인을 활용할 길이 없다는 것도 분명한 사실이다.

반면 GE의 입장에선 수천 명의 기여자들에게 돈을 주고도 많은 이익을 얻을 수 있다. 퍼스트빌드의 제품을 양산하려면 기존과 마찬가지로 생산라인 건설과 보급망 구축에 막대한 돈을 써야 하지만 소량생산을 거쳐 시장 검증을 마친 만큼 실패 위험이 매우 적기 때문이다. 바코드 오븐을 예로 들어보자. GE가 이 제품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최소 2년의 시간과 1,000만 달러의 자금이 필요하다. 하지만 퍼스트빌드의 시스템으로 20대의 제품을 생산·판매하는 데는 6개월의 시간과 5만 달러의 비용이면 족하다는 게 뱅카타크리슈난의 계산이다.

그러던 작년 9월 GE는 스웨덴의 일렉트로룩스에 가전 부문을 매각키로 합의했다. 매각 대상에는 퍼스트빌드도 포함됐다. 지지자들에게는 꽤 충격적인 결정이었다. 이에 대해 콤스톡은 GE가 퍼스트빌드의 시스템을 포기한 것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GE는 퍼스트빌드가 가전 분야를 넘어 GE의 다른 사업부에도 기술혁신을 촉발할 시스템으로 보고 있다는 것이다.
“퍼스트빌드는 빠르게 성장하며 자신의 가치를 입증해냈습니다. 다른 GE의 엔지니어링 팀들이 이 시스템을 배우기 위해 루이스빌에 와 있죠. 퍼스트빌드의 매각과는 상관 없이 로컬 모터스와의 제휴관계를 더욱 강화시켜 나갈 계획입니다. 올해가 가기 전에 또 다른 GE 사업부에 퍼스트빌드 모델이 적용되는 것을 볼 수 있을 겁니다.”

로저스 역시 이에 동의한다. 그는 1,000억 달러 규모의 GE 사업영역 전반에서 가능성을 발견했으며, 이미 다른 기업으로도 퍼스트빌드의 크라우드 소싱 개발 모델이 전파되고 있다고 말한다.
“느리고 돈이 많이 드는 생산 모델을 운용하고 있는 기업이라면 누구나 이 모델을 도입해 이익을 누릴 수 있습니다. 지난 30년간 공장이전과 하청이 기업의 경쟁력 제고 방안이었다면 앞으로의 30년은 신속한 개발과 저위험 생산시스템, 시장으로의 신속한 접근성이 경쟁력을 높여줄 겁니다.”

현재 퍼스트빌드의 온라인 커뮤니티 회원은 수천 명이 넘는다. 이들의 혁신 에너지를 분출시키기 위해 퍼스트빌드는 지금껏 두 건의 공식 도전과제를 제시했다. 도심의 협소한 아파트에 최적화된 마이크로 키친, 방 안에서도 연기 없이 음식을 구워먹을 수 있는 그릴의 개발이 그것이다. 이미 이를 현실화할 가능성 높은 아이디어들이 많이 제시된 상태다.

덧붙여 놀란도 퍼스트빌드에 자신의 아이디어를 포스팅했다. 그는 레스토랑에서 사용하는 재래식 피자 오븐의 상태를 정확히 측정해줄 ‘전자 피자’를 개발코자 한다. 전자 피자가 측정한 데이터를 활용, 레스토랑 수준의 피자를 구워내는 가정용 오븐을 개발하는 게 최종 목표다.

“저는 뉴욕 출신이에요. 제게는 뉴욕 브롱크스의 레스토랑에서 만든 피자가 세계 최고랍니다. 하지만 그곳의 재래식 오븐 속에서 정확히 무슨 일이 벌어지는 지는 과학적으로 분석된 바가 없어요. 전자 피자를 이용하면 그 비밀을 파악할 수 있죠. 그러면 우리도 똑같이 만들지 못할 이유가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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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 트빌드의 생산공정
퍼스트빌드는 온라인 커뮤니티와 3,000㎡의 해커스페이스를 이용해 전 세계의 개발자와 해커들을 아우른다. 그렇게 다수의 힘을 모아 새로운 방식의 신제품 제조공정을 구축했다.


1 아이디어
개발자는 신제품 아이디어나 기존 제품의 개선안을 3가지 방법으로 제안할 수 있다. 켄터키주 루이스빌 소재 퍼스트빌드의 해커스페이스, 퍼스트빌드의 웹사이트, 그리고 제휴사인 테크숍과 메이커봇의 해커스페이스 및 온라인 포럼이 그것이다.

2 커뮤니티
아이디어들이 포스팅되면 커뮤니티 멤버들은 자신이 선호하는 아이디어에 투표하거나 개선방안을 제시한다. 원한다면 직접 해커스페이스로 찾아와 개발자의 1차 시제품 제작을 도울 수도 있다.

3 프로젝트 및 시제품
1차 시제품이 커뮤니티 및 GE 경영진들의 좋은 평가를 받으면 공식 프로젝트로 격상된다. 그러면 GE 엔지니어와 디자이너가 개발자를 도와 대형 3D 프린터, 레이저 절단기 등을 사용해 한층 정밀한 시제품을 제작한다.

4 소량 생산
시제품에서 가능성이 확인되면 퍼스트빌드 해커스페이스 뒤쪽에 마련된 소량 생산공장인 ‘마이크로팩토리(micro-factory)’에서 상용제품이 소량 생산된다. 대개 수십대 정도가 제작돼 온라인과 퍼스트빌드의 오프라인 매장에서 판매된다.

5 대량 생산
판매성과가 좋으면 제품 설계안이 GE의 상용 생산단지로 넘겨져 100만개 단위로 생산된다. 물론 GE는 이때 상당한 생산라인 구축비용을 투입해야 하지만 제품이 시장에서 실패할 가능성은 기존 방식보다 훨씬 낮다.

해커스페이스 (hackerspace) 개인발병가나 화이트 해커들이 각자의 프로젝트를 수행하거나 상호 교류할 수 있는 오프라인 공동 작업 공간.
메이커 운동 (Maker Movement) 자신에게 필요한 제품을 직접 제조하려는 사람들의 운동. 다양한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의 개발, 특히 가정용 3D 프린터의 보급으로 소비자가 곧 생산자가 될 수 있는 기반이 갖춰지면서 메이커 운동이 21세기의 산업혁명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대두되고 있다.
크라우드 소싱 (crowd sourcing) 제품이나 서비스의 개발 과정에 다수의 일반 대중이 참여토록 하는 방식.